살랑거리는 순천만 바다 위로 하루의 삶을 마무리 하면서 노을은 와온 솔섬 뒤로 숨어 들어간다. 노을 빛 아래 물결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깡총깡총 뛰어 다니던 장둥어는 꼬리를 흔들며 춤을 춘다. 칠게는 아장아장 집을 찾아 몰래 숨어 들어간다.
붉은 노을에 갯벌을 따라 숨쉬고 있는 칠면초는 홍조되어 붉게 타오르다 잠들고 칠면초와 갯벌에서 칠게가 노닐다 간 곳은 칠게의 긴 호흡과 아름다운 선율이 남아 있다.
널배를 타며 바지락과 꼬막을 잡고 낚지를 잡던 어머니는 세월을 탓하며 지팡이에 기대어 바다만 그저 바라볼 뿐이다. 거친 파도가 지나간 자리엔 어머니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널배 자국만 남아 있다.
와온 앞바다 물이 슬금슬금 차 오르면 칠게와 장둥어는 깊숙한 집으로 숨어 버리고 어둠이 깔린 집에서 바닷물이 쏴악쏴악 하면서 서쪽으로 빠지기를 기다리다 성급한 놈은 물위에 떠올라 반짝이는 붉은 노을 바라보다 집을 잃어 버리고 짝잃은 친구들과 함께 펄떡펄떡 갯벌에 수묵화를 그리고 사라진다.